그것만이 내세상; 왕년의 복서, 한물간 인생을 살다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은 한때 복싱 챔피언이었지만 지금은 잊혀진 존재가 된 조하(이병헌 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젊은 시절에는 잘나갔지만, 지금은 돈도 없고 직업도 없이 떠돌며 근근이 살아가는 처지다. 복싱 실력 하나로 살아왔던 그에게 현실은 녹록지 않다.어느 날, 그는 길거리에서 자동차 판매 전단지를 돌리다가 우연히 어머니 인숙(윤여정 분)과 재회한다. 조하는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버림받았다는 원망을 품고 있었고, 오랜만에 만난 어머니에게 냉담한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인숙은 그를 집으로 데려가 함께 살자고 제안한다. 처음에는 거부했지만, 갈 곳 없는 조하는 어쩔 수 없이 어머니의 집으로 들어가게 된다.집에 도착한 조하는 자신에게 이복동생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진태(박정민 분)는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는 장애를 가진 청년이었다. 그는 평범한 일상생활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만, 피아노 연주에 있어서는 천재적인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처음에는 조하는 진태를 탐탁지 않게 여긴다. 어린 시절 자신을 버리고 떠났던 어머니가 새로운 가정을 꾸려 진태를 돌보며 살고 있다는 사실에 질투와 분노를 느낀다. 그러나 어머니는 조하에게 "진태는 혼자 남으면 안 되는 아이"라며 동생을 부탁한다.조하는 진태와 함께 생활하며 그의 독특한 행동과 습관에 적응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충돌한다. 진태는 사회적인 상호작용이 서툴지만,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인물이다. 그의 엉뚱한 행동과 예상치 못한 반응에 조하는 점점 그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다.
피아노 천재 진태의 재능 발견
어느 날, 조하는 진태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다. 진태는 악보도 보지 않고 한 번 들은 곡을 완벽하게 연주하는 절대 음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손가락은 마치 마법처럼 건반 위를 오가며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냈다.
조하는 동생의 재능을 이용해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피아노 콩쿠르에 참가시키기로 한다. 진태는 처음에는 낯선 환경에 긴장하지만, 조하의 격려 덕분에 피아노를 연주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조하는 점점 동생을 이해하게 되고, 자신이 그동안 가족을 외면하며 살아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는 진태가 단순히 장애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 특별한 능력을 지닌 소중한 가족임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어머니의 병, 그리고 변화하는 조하
그러나 행복한 시간도 잠시, 어머니 인숙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인숙은 병세가 악화되고 있었고, 조하는 자신이 어머니를 오랫동안 미워했지만 사실은 그녀를 그리워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
그는 처음으로 어머니와 진태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결심한다. 조하는 동생을 돌보며 피아노 콩쿠르에 출전시키는 데 집중하고, 어머니를 위해 최선을 다해 보살핀다.
진태 역시 어머니의 병을 알게 되며 불안해하지만, 조하는 동생을 안심시키고 끝까지 함께할 것을 약속한다. 가족으로서 서로를 받아들이고 의지하며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진태의 무대, 그리고 새로운 시작
진태는 마침내 피아노 콩쿠르의 본선 무대에 오른다. 그는 수많은 관중 앞에서 연주를 시작하지만, 긴장과 불안감으로 인해 연주 도중 실수를 한다. 그러나 조하는 무대 뒤에서 그를 응원하며 "괜찮아, 다시 해봐!"라고 격려한다.
진태는 형의 응원에 용기를 얻고 다시 연주를 시작한다. 그의 손가락이 건반 위를 자유롭게 움직이며 감동적인 연주를 펼친다. 관객들은 숨을 죽이고 그의 연주를 감상하며, 연주가 끝나자 모두 기립박수를 보낸다.
그 순간, 조하는 자신이 처음으로 가족을 위해 무언가를 해냈다는 기쁨을 느낀다. 그는 더 이상 실패한 복서가 아니라, 동생을 위해 존재하는 형이 된 것이다.영화는 조하와 진태가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마무리된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조하는 진태와 함께 지내며 그를 돌본다. 과거에는 자신의 삶만 중요했던 조하였지만, 이제는 진태를 위해 살아가기로 결심한다.마지막 장면에서 조하는 진태와 함께 피아노 앞에 앉아 장난을 치며 웃는다. 그들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가 되었고, 조하는 마침내 가족의 의미를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