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평범한 모자(母子)의 일상과 갑작스러운 살인 사건
영화는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침술 일을 하며 살아가는 한 여성(김혜자)과 그녀의 아들 도준(원빈)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도준은 지적 장애를 가진 청년으로, 세상 물정을 잘 모르고 어리숙하지만 어머니는 그를 누구보다 아끼며 극진히 보살핍니다.
어느 날, 도준은 친구 진태(진구)와 함께 술을 마시고 골프를 치러 가려다 사고를 당합니다. 이 과정에서 동네 부유층 남성에게 모욕을 당하고, 분노한 도준은 진태와 함께 복수를 하러 갑니다. 하지만 이후 일이 커질 것을 우려한 진태가 도망치면서, 도준만 홀로 남게 됩니다. 같은 날 밤, 마을에서는 17세 소녀 문아정(문희라)이 처참한 모습으로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경찰은 사건 발생 당일 밤, 술에 취한 채 거리를 돌아다닌 도준을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합니다. 도준은 경찰의 강압적인 수사 방식에 휘둘려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지 못하고, 결국 어설프게 자백서를 쓰게 됩니다. 마을 사람들조차도 도준을 의심하고, 그의 어머니는 충격에 빠집니다. 하지만 그녀는 아들의 무죄를 확신하며, 스스로 진범을 찾기로 결심합니다.
홀로 시작된 어머니의 필사적인 수사
경찰과 변호사가 도움을 주지 않자, 어머니는 직접 발로 뛰며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그녀는 아들의 친구 진태를 찾아가 아들의 무죄를 증명할 단서를 요청하지만, 진태는 오히려 도준을 의심하며 협조하지 않습니다. 이에 어머니는 아정의 주변을 조사하기로 하고, 그녀가 평소 어떤 생활을 했는지 알아보기 시작합니다.
어머니는 아정이 남자들에게 돈을 받고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으며, 마을에서 좋지 않은 평판을 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또한 그녀가 사건 당일, 어떤 늙은 남자의 집에서 나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해당 남자를 찾아갑니다. 그는 아정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 관련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계속해서 단서를 찾아 나서며, 결국 결정적인 증거를 발견하게 됩니다.
한편, 어머니는 도준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 그날 밤의 일을 계속 떠올리게 하려 합니다. 그러던 중 도준이 "야구공"이라는 단어를 반복하는 것을 듣고, 그녀는 무언가를 깨닫습니다. 그녀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진실을 좇아가며, 도준이 범인이 아닐 가능성을 점점 확신하게 됩니다.
충격적인 진실과 어머니의 극단적인 선택
어머니는 끈질긴 추적 끝에 사건의 목격자를 찾게 됩니다. 그는 지적 장애를 가진 노인이었으며, 사건 당시 창문 너머로 모든 상황을 지켜봤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가 증언을 해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거라며 무서워합니다. 어머니는 이 노인을 설득하려 하지만, 노인은 그녀에게 충격적인 사실을 털어놓습니다.
사실 도준은 사건 당일 밤, 우연히 아정을 따라갔으며, 그녀가 자신을 무시하고 모욕하는 말을 하자 분노해 돌을 던져 그녀를 죽게 했던 것입니다. 즉, 도준은 실제로 아정을 죽였던 것이었고, 경찰의 수사는 단순한 강압 수사가 아니라, 부분적으로는 사실이었던 것입니다.
절망한 어머니는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됩니다. 그녀는 목격자인 노인을 살해한 후, 집을 불태워 증거를 없애버립니다. 이후 그녀는 경찰이 새로운 용의자를 체포했다는 소식을 듣고 안도하며, 도준이 풀려나도록 만듭니다.
도준은 모든 일을 잊은 듯 어머니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지만, 어머니의 마음은 무겁기만 합니다. 그녀는 도준이 저지른 일을 알고 있음에도, 그를 위해 스스로 진실을 감추는 길을 선택한 것입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어머니는 버스에 올라 자신의 기억을 지우기 위해 침술 바늘을 자신의 허벅지에 찌르고, 춤을 추며 해방감을 느끼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느낀점
영화 "마더"는 모성애의 극단적인 형태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어머니라는 존재가 자식을 위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깊이 고민하게 만듭니다. 김혜자의 연기는 절절한 감정이 담겨 있어 관객들에게 강한 몰입감을 선사하며, 원빈의 순진한 표정 속에서 묘한 불안감이 스며 나옵니다.
특히 이 영화는 봉준호 감독 특유의 사회적 메시지가 녹아들어 있습니다. 경찰의 강압 수사, 지적 장애인을 향한 사회의 편견, 그리고 빈부격차가 인물들의 운명을 결정짓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도준은 순진하지만 결코 무고하지 않았고, 어머니는 사랑이라는 명분으로 또 다른 죄를 저지릅니다. 이 과정에서 ‘진실’이란 무엇이며, ‘정의’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어머니가 스스로 기억을 지우려 하는 장면은 강렬한 여운을 남깁니다. 자신의 죄책감마저 잊고 싶어 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인간의 본능적인 자기 보호 기제를 보여주며, 그와 동시에 어머니라는 존재의 복합적인 감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합니다. 결국, 이 영화는 모성애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그 어두운 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